5.18 43주년 기념, ‘들불 기록물’ 전시에 부침
들불 7열사가 있다. 그들은 5.18 항쟁과 80년대 전후 치열했던 민주화 현장에서 산화하신 분들이다. 치열한 항쟁 현장의 지도부 대변인 윤상원과 기획실장 김영철, 박효선 홍보부장, 투사회보 편집과 필경을 도맡았던 박용준, 도청 앞 광장에서 민주화를 포효했던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 박관현, 80년 전후 학생 청년운동의 선구자 신영일, 윤상원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자 노동자의 누이 박기순이 그들이다. 지금 임들은 5.18 국립묘역에 잠들어 계시지만, 그들의 영혼은 밤하늘에 북두칠성이 되어 세상을 비추고 있다,
5.18 항쟁 이전 1978년, 임들은 당시, 도시 변두리 광천공단 주변에서 ‘들불야학’이란 간판 아래 모였다. 유신독재 체제 말기, 국민의 기본권, 노동3권도 없었고 언론출판의 자유도 학문의 자유도 없었던 처절한 군부독재 치하였다. 들불야학은 대학생들인 강학(교사)들과 노동자인 학생들의 만남과 배움의 장이었다. 가난 때문에 중고교 진학의 기회를 상실한 노동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도 당당한 노동자이자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강학들 또한 야학을 통해서 민중의 삶의 현장과 참된 경제사회 민주화의 상을 배우는 장이었다. 들불야학은 5.18항쟁 직전까지 유신독재의 극렬한 탄압을 견디며 야학은 정상 운영 중이었다. 야학의 성원들의 의식 속에는 나라의 민주화와 민중의 생존권 보장의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들불은 7열사의 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 있었다.
80년, 5.18 항쟁이 시작되었다. 들불의 성원들은 분노한 시민들과 함께 항쟁의 현장에 합세했다. 들불에서의 그런 과정이 있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세할 수 있었다. 항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중심에는 윤상원이 있었고, 박효선 김영철 박용준도 들불의 강학들, 고참 노동자 학생들도 함께하겠다고 나셨다. 항쟁 초기부터 격문, 호소문이 제작해 배포했고, 급기야 항쟁의 소식지 ‘투자회보’를 제작 살포했다. 들불야학 소유의 등사기 등을 이용했다. 항쟁으로 계엄군이 철수했을 때, 들불팀들은 도청앞 궐기대회와 시민홍보를 담당해서 진행했고, 윤상원 김영철 박효선 등은 도청 청사에서 시민학생투쟁위원회로 항쟁의 지도부를 구성하고 참여했다. 항쟁 마지막 날, 새벽 윤상원 박용준의 현장에서 진압군의 흉탄에 돌아가시고, 다수의 들불팀들은 체포 혹은 수배되었다. 5.18 항쟁으로 야학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
이번에 특별히 전시하는 ‘들불 기록물’은 7열사 분들의 남겨준 생생한 기록이다. 5.18항쟁 당시의 격문, 호소문, 투사회보, 민주시민회보, 사진 등 기록물들과 7열사가 함께했던 들불야학 시절(78, 7-80, 5)의 교재, 문집, 사진, 회의록 등과 열사들의 일기나 서간문 등 일부이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수집한 자료들이다. 5.18 항쟁과 연관된 들불의 각종 기록물은 절차를 거쳐서 ‘5.18 기록관’에 귀속된 바 있다. 5.18 항쟁 기록물이 유네스코의 인류의 기록 유산으로 길이 보존하도록 하고 있는데, 들불의 기록물 또한 그렇게 된 것이다.
5.18항쟁이 ‘왜, 광주에서’ 발발했을까? 왜 들불의 성원들은 5.18항쟁에 참여했을까? 그들은 왜 총을 들었을까? 왜 그들은 죽어갔을까?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 주었을까? 5월 정신 혹은 들불의 정신은 무었을까? 왜 그들은 ‘들불’이라는 야학을 창설했을까? ……
이번에 전시되는 들불의 기록물은 많은 이들에게 5.18항쟁의 한 단면과 항쟁 전후 민주화의 역사와 진실을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역사와 사회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항쟁과 항쟁 전후 광주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들불의 기록물과 7열사의 삶은 이 땅에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의와 진리, 민주와 인권과 평화, 그리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좌표가 되지 않을까?
이번 5.18 항쟁 43주년을 맞아, 들불 기록물 전시를 위해 애써주신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홍인화 관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2023. 5. 9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이사장 임 낙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