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들불열사기념사업회 <들불상 심사위원회>는 제18회 들불상 수상자로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선정 하였음을 발표합니다.
1944년 당시, 배움의 길을 이어가고 싶었던 어린 소녀들은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주겠다는 일본 헌병과 교장 등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넘어갔지만, 기대와는 달리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배고픔, 차별, 학대 속에서 가혹한 노동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1986년 경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의 고등학교 교사였던 ‘다카하시 마코토’ 씨는 조선의 소녀들이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 강제노역을 한 사실을 알게 되어,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들과 함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광주지역의 시민 활동가들은 ‘우리나라 피해자들을 위해 일본 시민단체도 10년 넘게 싸웠는데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부끄러운 성찰을 하게 되었고, 이에 2009년 3월 12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수백 회의 1인시위를 하고, 광주와 도쿄를 오가며 일본 전범 기업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 하였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2012년 10월 광주지방법원에 양금덕 할머니 등 5명이 원고가 되어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이 1차 승소의 판결을 내렸으며, 2차, 3차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은 2012년 3월 15일 광주광역시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지원 조례를 만들도록 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5월 경남까지 전국의 7개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 지원조례를 만들도록 입법 운동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23년 3월 6일 일제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피고 일본기업 대신 소위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모아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행정부가 대한민국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시킨 ‘사법 주권의 포기’이자,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충격적인 발표였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국가가 외면할 때 오랜 시간 사투를 벌여 쟁취한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행위입니다.
심사위원회는 접수된 개인과 단체들을 두고 심사하면서 다음 네 가지를 심사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첫째, 들불 열사의 삶과 정신에 부합하는가? 둘째, 이 땅에 민주 · 인권 · 평등 · 평화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헌신과 공로가 있었는가? 셋째,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시대정신’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넷째, 현재 활동에 대한 평가와 미래 계획 등입니다.
심사위원회는 제18회 들불상 공모에 접수된 개인과 단체들이 모두 들불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헌신적 활동을 수행해 온 훌륭한 후보들이었음을 적극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중에도 일제치하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책임있는 배상요구가 대한민국에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중요한 시대정신이 되었으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향후로도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습니다. 이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14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관된 활동을 이어온 것과 그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향후에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2023년 제18회 들불상 수상자로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선정하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심사위원회는 ‘오월 광주’와 ‘일곱 분의 들불열사들’의 정신을 대신하여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드립니다.
2023년 5월 16일
제18회 들불상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 정채웅 (변호사. 천지합동법률사무소)
위원 김병일 (전.전교조 광주지부장) 위원 김찬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제담당)
위원 백형기 (들불열사기념사업회 부이사장) 위원 최홍엽 (교수. 조선대 법사회대학)
실무위원 김상호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상임이사)